규합총서의 '화채'는 음료가 아니었다|숭어·해삼이 들어간 화려한 어채 이야기
규합총서의 '화채'는 음료가 아니었다|숭어·해삼이 들어간 화려한 어채 이야기 '화채'라고 하면 붉은 오미자 국물이나 달콤한 물에 과일을 띄운 시원한 음료부터 떠올리기 쉽죠. 그런데 조선 후기 『규합총서』에 나오는 화채는 모습부터 완전히 달라요. 숭어를 중심으로 여러 고기와 해산물, 채소를 가늘게 썰어 녹말을 묻히고 데쳐 화려하게 담아낸 음식으로, 오늘날 어채 또는 어숙회라고 부르는 음식과 연결된답니다. 목차 규합총서의 화채는 어떤 음식일까 숭어와 여러 재료를 어떻게 화채로 만들었을까 오색으로 차려낸 화채와 조선의 어채 문화 1. 규합총서의 화채는 어떤 음식일까 중심 재료는 숭어예요. 성한 숭어의 살을 얇게 저미고 녹말을 묻혀 가늘게 썰어 준비해요. 여기에 천엽, 양, 곤자소니, 부아 같은 쇠고기 부위와 생치, 대하, 해삼, 삶은 제육까지 들어가요. 한 종류의 생선만 데쳐 먹는 단순한 숙회가 아니라, 바다에서 얻은 재료와 육류를 한 상에 함께 구성한 음식인 거죠. 채소와 고명도 다양해요. 푸른 오이와 미나리, 표고, 석이, 파, 국화잎, 생강, 고추를 쓰고, 황백으로 나누어 부친 달걀도 채 썰어요. 무는 곱게 채를 쳐서 붉은색을 들이고요. 이렇게 준비하면 흰색과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 검은색 계열의 재료가 한 그릇에 어우러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규합총서』의 화채에서 '화려하다'는 인상은 이름에만 머물지 않아요. 부드럽게 익힌 숭어와 해산물, 육류에 여러 색의 채소와 고명을 더해서, 맛과 질감뿐 아니라 색의 대비까지 고려한 음식이거든요. 지금의 음료 화채와 이름은 같지만, 완성된 모습은 화려하게 차려낸 어채에 훨씬 가까워요. 2. 숭어와 여러 재료를 어떻게 화채로 만들었을까 화채를 만들 땐 먼저 재료마다 모양을 맞춰 손질해요. 숭어는 얇게 저미고 녹말을 묻힌 뒤 가늘게 썰어요. 천엽과 양, 곤자소니, 부아, 생치, 대하, 해삼, 삶은 제육도 얇게 저며 가늘게 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