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순채 만드는 법|아삭한 죽순으로 차리는 봄철 숙채 정리
죽순채 만드는 법|아삭한 죽순으로 차리는 봄철 숙채 정리
담양 쪽으로 여행을 갔다가 대나무밭 옆 식당에서 처음으로 죽순 요리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삭하면서도 은은하게 씹히는 식감이 인상적이었는데, 정작 집에 돌아와 시장에서 죽순을 사다 직접 손질해보니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재료였습니다. 껍질을 벗기는 것부터 삶는 시간까지, 대충 넘어가면 특유의 아린 맛이 남아 먹기 불편했습니다.
죽순은 대나무의 땅속줄기에서 돋아나는 어린 순으로, 하루에 최대 150cm까지 자랄 만큼 생장 속도가 빨라 '우후죽순'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동의보감』에도 죽순이 등장하는데, 잡병편이 아니라 탕액편(湯液篇) 채부(菜部)에 채소류의 하나로 실려 있고,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만 '죽순채약선'이라는 명칭 그대로 문헌에 수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죽순이라는 식재료의 성질을 설명한 항목으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죽순 손질, 삶는 과정이 전부다
죽순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화려한 양념이 아니라 손질입니다. 생죽순에는 옥살산(수산)과 시아노겐 배당체라는 두 가지 성분이 들어 있는데, 옥살산은 체내에서 칼슘과 결합해 신장 결석을 일으킬 수 있고 시아노겐 배당체는 다량 섭취 시 복통이나 구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두 성분 모두 열에 약해서, 충분히 삶으면 대부분 제거됩니다.
- 죽순의 밑동을 자르고 겉껍질을 세로로 칼집 내어 벗깁니다.
- 쌀뜨물이나 맹물에 죽순을 넣고 최소 40분에서 1시간 이상 충분히 삶습니다. 젓가락으로 찔러 쉽게 들어갈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 삶은 죽순은 불을 끈 채로 그대로 식혀 아린 맛과 남은 독성 성분을 우려냅니다.
- 충분히 식으면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 뒤, 결대로 적당한 두께로 썹니다.
이 손질 과정을 건너뛰고 살짝 데치기만 한 죽순을 그대로 먹으면 아린 맛이 강하게 남을 뿐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성분이 충분히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이미 삶아 파는 죽순도 있는데, 손질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이런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죽순채, 기본 숙채로 무치는 법
손질한 죽순은 결대로 가늘게 채 썰어 준비합니다.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죽순을 넣어 중약불에서 볶다가,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다진 마늘과 깨소금을 더합니다. 죽순 자체에 은은한 단맛이 있어 강한 양념보다는 담백하게 무치는 편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좋습니다.
고기와 함께 볶고 싶다면 소고기 채를 간장, 마늘, 참기름으로 밑간한 뒤 먼저 볶아내고, 여기에 죽순을 넣어 함께 볶으면 됩니다. 표고버섯이나 당근을 곁들이면 색과 식감이 더 다채로워집니다.
완성한 죽순채는 갓 무쳤을 때는 물론 차게 식혀 먹어도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어 봄철 밑반찬으로 두고 먹기에도 좋습니다. 다만 조리한 뒤에는 냉장 보관하고, 가급적 2~3일 안에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많이 먹는다고 속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죽순에는 불용성 식이섬유가 비교적 풍부한 편이라, 예로부터 장을 편안하게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전해져 왔습니다. 다만 평소 속이 냉하거나 소화력이 약해 설사가 잦은 사람이라면, 성질이 찬 죽순을 많은 양으로 갑자기 먹기보다는 소량으로 시작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요로결석 병력이 있는 경우에도 옥살산 성분을 고려해 죽순을 습관적으로 대량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죽순채는 화려한 효능을 기대하고 먹는 음식이라기보다, 손질에 정성이 들어가는 만큼 봄이라는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제철 숙채로 즐기는 편이 이 재료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리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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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허준,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편 채부(菜部) 죽순 — 한의학고전DB(한국한의학연구원)
농촌진흥청 — 죽순의 옥살산·시아노겐 배당체 및 손질법 관련 자료 (일반 도메인 참고, 개별 페이지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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