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키기 아까워 '석탄병'이라 불렀다|규합총서 감설기의 정체

삼키기 아까워 '석탄병'이라 불렀다|규합총서 감설기의 정체

'먹기 아까운 음식'이라는 말은 익숙하죠. 그런데 '삼키기 아까운 떡'이라는 이름을 가진 음식은 흔치 않아요.
『규합총서』에 기록된 석탄병(惜呑餠)이 바로 그런 떡이에요. 한자를 풀면 아낄 석(惜), 삼킬 탄(呑), 떡 병(餠)으로, 맛이 좋아 삼키기 아깝다는 뜻을 이름에 그대로 담았어요.
음식의 맛을 이름 자체로 표현했다는 점, 그래서 한 번 들으면 잘 잊히지 않는 전통 떡이랍니다.

목차

  1. 석탄병은 어떤 떡일까
  2. 규합총서의 석탄병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3. 삼키기 아깝다는 이름에 담긴 옛 떡 문화, 그리고 알아둘 점

1. 석탄병은 어떤 떡일까

석탄병은 감을 이용해 만드는 설기떡의 한 종류라, 감설기라고도 불러요.
중심 재료는 멥쌀과 말린 감이에요. 말린 감을 잘 말려 가루로 내고 멥쌀가루와 섞어요.
여기에 귤병과 생강, 잣, 계피, 대추, 밤처럼 맛과 향, 씹는 느낌이 저마다 다른 재료가 들어가요. 쌀가루만 쪄낸 흰 설기랑 비교하면 재료 구성이 한층 풍성하죠.

맛에서도 감이 중심을 이뤄요.
수분이 줄어든 감을 쓰다 보니 감에서 오는 단맛이 쌀가루와 어우러지고, 계피와 생강에서는 향긋하면서 알싸한 향이 더해져요.
대추와 밤은 각각 다른 단맛과 포슬한 식감을 보태고, 잣은 씹을 때 고소한 맛을 내요. 귤병까지 들어가면 감과 쌀만으로 만든 떡보다 여러 향이 겹치는 구성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석탄병은 단순히 곶감을 넣은 떡이라기보다, 말린 과실과 견과류, 향신 재료를 멥쌀가루 안에 함께 구성한 떡이에요.
여러 재료가 한 조각 안에서 각기 다른 맛과 식감을 낸다는 점, 석탄병이라는 특별한 이름과 참 잘 어울린답니다.

2. 규합총서의 석탄병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석탄병을 만드는 첫 과정은 감을 말리는 일에서 시작해요.
잘 익은 감을 골라 말린 뒤 가루로 만들고 멥쌀가루와 섞어요.
감을 큼직하게 썰어 떡 사이에 넣는 방식과 달리, 말린 감을 가루 상태로 만들어 쌀가루에 고루 섞는 게 특징이에요. 이렇게 하면 감의 단맛과 색이 떡 바탕 전체에 퍼질 수 있거든요.

다음으로 귤병, 생강, 잣, 계피, 대추, 밤 등을 준비해요.
귤병은 귤을 당에 조려 만든 재료로 향과 단맛을 더하고, 생강과 계피는 과실과 쌀에서 나오는 맛에 향긋하고 알싸한 풍미를 보태줘요.
대추와 밤, 잣은 각각 손질해 넣어서 떡을 씹을 때 재료마다 다른 질감이 느껴지도록 해요.

여기서 재밌는 디테일이 하나 있어요. 규합총서 원문을 보면, 재료를 켜켜이 안친 뒤 그냥 찌는 게 아니라 백지(한지)로 한 번 덮고, 그 위에 또 종이를 덮은 다음 다른 가루로 마저 덮어서 찐다고 나와 있어요.
이렇게 종이를 덮어 찌면 증기가 고르게 퍼지면서 재료끼리 눌리지 않고 켜가 살아나는데, 오늘날 우리가 흔히 아는 찜 방식보다 훨씬 정성스러운 공정이었다는 게 느껴지는 대목이에요.

잘 쪄낸 석탄병을 자르면 감이 섞인 쌀가루 바탕 사이로 대추와 밤, 잣을 비롯한 여러 재료가 얼굴을 내밀어요.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익은 쌀가루에 과실의 단맛, 견과류의 고소함, 향신 재료의 향이 차례로 더해지고요.
재료를 한데 갈아 맛을 하나로 만드는 대신, 서로 다른 풍미를 한 조각에서 맛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게 이 떡의 조리상 특징이에요.

3. 삼키기 아깝다는 이름에 담긴 옛 떡 문화, 그리고 알아둘 점

『규합총서』는 조선 후기 여성의 생활과 살림에 필요한 여러 지식을 한글로 정리한 책으로, 음식 만드는 방법도 다양하게 전해요.
석탄병이라는 이름을 풀이하면서는 맛이 좋아 차마 삼키기 아깝다는 의미를 전하고 있고요.
조리법뿐 아니라 그 음식을 어떻게 맛보고 받아들였는지를 이름과 함께 남겼다는 점,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석탄병의 재료 구성을 보면 당시 떡이 쌀을 익혀 먹는 음식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것도 드러나요.
감과 대추 같은 과실, 밤과 잣 같은 견과류, 생강과 계피 같은 향신 재료, 귤병처럼 손질과 가공을 거친 재료까지 한 시루에 담았거든요.
각각의 재료를 따로 먹을 때와 달리, 떡으로 만들면 단맛과 향, 고소함, 부드럽고 포슬한 식감을 한 조각 안에서 함께 맛볼 수 있어요.

한 가지 알아두시면 좋은 게 있어요. 여러 조리서에 전하는 석탄병 배합을 보면 설탕이나 꿀을 상당히 넉넉하게 섞는 경우가 많아요.
말린 감 자체에도 당분이 진하게 농축되어 있는데, 여기에 설탕이나 꿀까지 더해지는 셈이라, 옛 잔칫상의 귀한 별미였던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혈당 관리가 필요하시다면 특별한 날 한 조각 정도로 즐기시고, 일상 간식으로 자주 챙기시기보다는 귀하게 아껴 드시는 편이 이 떡의 원래 자리에도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말린 감을 가루로 만들어 멥쌀가루에 섞었다는 점은 석탄병의 개성을 분명하게 보여줘요.
제철 감을 말려 두었다가 떡 재료로 활용하면 감의 맛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갈 수 있거든요. 여기에 저장할 수 있는 밤과 대추, 잣을 곁들이면서 여러 가을 열매가 쌀과 만나는 풍성한 떡이 완성되는 거예요.

그래서 석탄병이라는 이름은 이 떡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조리 설명처럼 읽혀요.
말린 감의 단맛을 바탕으로 귤병과 대추, 밤과 잣을 더하고 생강과 계피의 향까지 갖춘 떡이었기에, 옛사람들은 그 맛을 '삼키기 아깝다'는 말로 기억했던 거예요.
독특한 이름과 다채로운 재료 구성을 함께 간직한 석탄병은, 옛 떡 문화가 맛을 표현하고 기록한 방식을 오늘날까지 전해주는 전통

댓글

오시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