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상엽전 만드는 법|뽕잎의 전통 식치와 식후 혈당 성분 정리

상엽전 만드는 법|뽕잎의 전통 식치와 식후 혈당 성분 정리 본초학 시간에 상엽, 상지, 상백피를 배우던 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어? 이 나무는 뿌리껍질도 약이고, 가지도 약이고, 잎까지 약이네?" 싶었거든요. 보통 한약재는 딱 한 부위만 씁니다. 뿌리만 쓰거나, 껍질만 쓰거나, 열매만 쓰거나. 그런데 뽕나무는 뿌리껍질(상백피), 가지(상지), 잎(상엽)까지 전부 이름을 따로 붙여서 약으로 써요. 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뜯어먹는 느낌이랄까요.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이 잎을 먹고 사는 누에가 병에 걸려 죽으면 그게 또 백강잠이라는 약재가 됩니다. 누에가 백강병균에 감염돼서 하얗게 굳어 죽은 걸 말린 건데, 전통적으로 중풍으로 말이 어눌해지거나 몸 한쪽이 마비됐을 때 쓰던 약재예요. 뽕나무 잎을 먹은 벌레까지 약이 된다니, 처음 배울 땐 진짜 신기했습니다. 오늘은 그 뽕잎으로 부침개, 상엽전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다만 '상엽전'이라는 이름이 특정 고문헌에 그대로 나오는지는 아직 확인 못 했어요. 뽕잎을 부쳐 먹었다는 기록 자체는 여러 향토음식 자료에 있는데, 정확히 이 이름으로는 못 찾았거든요. 그래서 이름의 유래보다는 실제 조리법이랑, 뽕잎 하면 꼭 따라붙는 DNJ 얘기를 제대로 짚어보려 합니다. 목차 상엽전엔 어린잎이 낫다 반죽부터 부치기까지 DNJ, 여기서 다들 낚이는 지점 1. 상엽전엔 어린잎이 낫다 부침개로 쓸 땐 억센 잎보다 연한 새순이 훨씬 낫습니다. 뽕잎 성분을 부위·시기별로 분석한 연구를 보면, 품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5월경 딴 상위엽(가지 끝 어린잎)에서 DNJ며 GABA, 플라보노이드 같은 성분이 6월·8월 것보다, 또 아래쪽 잎보다 높게 나온다고 해요. 근데 여기서 바로 "그럼 5월 상위엽으로 부친 상엽전이 최고겠네!"로 넘어가면 좀 성급해요. 그 연구, 부침개를 분석한 게 아니라 말린 잎이나 추출물을 분석한 거니까요. 밀가루 반죽 입히고 기름에 고온...

지황주 빚는 법|생지황과 찹쌀로 만드는 전통 약주 정리

지황주 빚는 법|생지황과 찹쌀로 만드는 전통 약주 정리 대학 시절 졸업논문 주제로 생지황을 숙지황으로 귀하게 만드는 구증구포 실험을 정성껏 진행했던 적이 있어요. 찜통에 지황을 올렸다 내렸다 아홉 번이나 반복해 가며, 매 단계마다 시료를 알뜰하게 채취해서 성분 변화를 세심하게 분석했었는데 그때 참 예상과 달랐던 흥미로운 결과가 하나 있었답니다. 흔히 기대하곤 하는 '몸에 좋은 유효성분이 점점 늘어난다'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지황의 대표 성분인 카탈폴은 오히려 증숙할수록 점점 줄어들고 그 빈자리를 5-HMF라는 갈변 관련 물질과 달콤한 당류가 알차게 채워가는 양상이었거든요. 실험이 모두 끝난 뒤 동기들과 소중하게 남은 숙지황으로 직접 지황주를 도란도란 담가보았던 따스한 기억도 함께 남아있답니다. 그때의 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 고서 『임원경제지』에도 정성스럽게 전해지는 지황주 이야기를 오늘 차근차근 정리해 보려고 해요. 생지황과 고소한 찹쌀을 이용해 정성껏 만드는 가양주 방식이며, 숙지황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유익한 성분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함께 세심하게 살펴볼게요. 구증구포, 무엇이 늘고 무엇이 줄어드는가 생지황을 깊은 풍미의 숙지황으로 정성스럽게 만드는 구증구포는 찌고 말리는 정성스런 과정을 아홉 번이나 반복하는 우리 전통의 지혜로운 가공법이에요. 이 인고의 과정 속에서 지황의 색은 본래의 밝은 황색에서 그윽한 검은빛으로 점차 바뀌고, 맛 역시 특유의 쓰고 떫은 편에서 달콤하고 부드러운 쪽으로 맛있게 변해간답니다. 실제 깊이 있는 성분 연구에서 확인되는 과학적인 변화들도 정말 흥미로워요. 지황을 대표하는 이리도이드 배당체 성분인 카탈폴은 신기하게도 증숙 횟수가 차근차근 늘어날수록 오히려 서서히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거든요. 실제 한 전문 연구에서도 생지황 분말에 풍부했던 카탈폴 함량이 숙지황 분말 단계로 넘어가면 약 3분의 1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명확하게 나타났답니다. ...

죽순채 만드는 법|아삭한 죽순으로 차리는 봄철 숙채 정리

죽순채 만드는 법|아삭한 죽순으로 차리는 봄철 숙채 정리 담양 쪽으로 여행을 갔다가 대나무밭 옆 식당에서 처음으로 죽순 요리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삭하면서도 은은하게 씹히는 식감이 인상적이었는데, 정작 집에 돌아와 시장에서 죽순을 사다 직접 손질해보니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재료였습니다. 껍질을 벗기는 것부터 삶는 시간까지, 대충 넘어가면 특유의 아린 맛이 남아 먹기 불편했습니다. 죽순은 대나무의 땅속줄기에서 돋아나는 어린 순으로, 하루에 최대 150cm까지 자랄 만큼 생장 속도가 빨라 '우후죽순'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동의보감』에도 죽순이 등장하는데, 잡병편이 아니라 탕액편(湯液篇) 채부(菜部)에 채소류의 하나로 실려 있고,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만 '죽순채약선'이라는 명칭 그대로 문헌에 수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죽순이라는 식재료의 성질을 설명한 항목으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죽순 손질, 삶는 과정이 전부다 죽순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화려한 양념이 아니라 손질입니다. 생죽순에는 옥살산(수산)과 시아노겐 배당체라는 두 가지 성분이 들어 있는데, 옥살산은 체내에서 칼슘과 결합해 신장 결석을 일으킬 수 있고 시아노겐 배당체는 다량 섭취 시 복통이나 구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두 성분 모두 열에 약해서, 충분히 삶으면 대부분 제거됩니다. 죽순의 밑동을 자르고 겉껍질을 세로로 칼집 내어 벗깁니다. 쌀뜨물이나 맹물에 죽순을 넣고 최소 40분에서 1시간 이상 충분히 삶습니다. 젓가락으로 찔러 쉽게 들어갈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삶은 죽순은 불을 끈 채로 그대로 식혀 아린 맛과 남은 독성 성분을 우려냅니다. 충분히 식으면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 뒤, 결대로 적당한 두께로 썹니다. 이 손질 과정을 건너뛰고 살짝 데치기만 한 죽순을 그대로 먹으면 아린 맛이 강하게 남을 뿐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성분이 충분히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도인 포장지가 기름종이로 변했던 이유|완하 작용의 진짜 정체와 안전 정보

도인 포장지가 기름종이로 변했던 이유|완하 작용의 진짜 정체와 안전 정보 한방병원에서 근무할 때 변비 처방에 도인이 들어간 처방을 자주 확인했어요. 그러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도인 약재를 볼 일이 있었는데, 약재를 싸고 있던 종이가 어느새 기름종이처럼 변해 있더라고요. 그만큼 도인 안에 기름 성분이 많다는 걸 실물로 확인한 순간이었어요. 그때부터 궁금했던 게 있어요. 도인이 변비에 쓰이는 게 정말 아미그달린이라는 성분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이 풍부한 기름 성분 때문인지 하는 거였어요. 정확한 답을 찾기 전에, 먼저 도인이라는 재료 자체를 다룰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안전 정보부터 짚고 넘어갈게요. 목차 도인, 안전 정보부터 확인하고 시작해야 하는 이유 완하 작용, 아미그달린 때문일까 기름 때문일까 동의보감 삼인죽에 기록된 도인의 자리 1. 도인, 안전 정보부터 확인하고 시작해야 하는 이유 도인(桃仁)은 복숭아씨의 딱딱한 껍질을 제거하고 남은 속씨를 말해요. 이 속씨에는 아미그달린(amygdalin)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생약규격 자료에서도 도인은 건조 상태 기준 아미그달린을 1.0% 이상 함유하도록 정하고 있어요. 아미그달린은 체내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시안화합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청산배당체예요. 살구씨(행인)에도 같은 계열의 성분이 들어 있어, 두 씨앗 모두 날것으로 다량 섭취하면 중독 위험이 있다는 점이 여러 전문가 자료에서 공통으로 지적돼요. 그래서 도인을 다루기 전에 반드시 구별해야 할 게 있어요. 한의원이나 한약재상에서 규격에 맞게 법제(포제)해 유통하는 도인과, 집에서 먹고 남은 복숭아씨를 직접 깨서 사용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에요. 전통적으로 도인·행인처럼 청산배당체를 가진 약재를 다룰 때 법제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한 이유도 이 독성을 관리하기 위해서였어요. 2. 완하 작용, 아미그달린 때문일까 기름 때문일까 도인은 장미과 복사나무 또는 산복사나무의 씨를 말해요....

영조가 타락죽을 끊게 한 진짜 이유|타락전복찜은 어디서 왔을까

영조가 타락죽을 끊게 한 진짜 이유|타락전복찜은 어디서 왔을까 1768년 1월, 영조는 봄갈이가 머지않았다는 이유로 내의원과 기로소에서 올리던 타락죽 진상을 정지시키고, 젖을 짜던 어미소를 송아지와 함께 놓아주라고 명했어요. 우유죽 한 그릇 때문에 소가 농사철 노동력에서 빠지는 걸 막으려던 거예요. 이 기록 하나만 봐도 조선시대 우유가 얼마나 귀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진 재료였는지 감이 오죠. 그런데 요즘 이 타락에 전복까지 더한 '타락전복찜'이라는 궁중 비방이 있다는 얘기가 종종 보여요. 실제로 그런 음식이 있었을까요? 오늘은 이 부분부터 확인해볼게요. 목차 타락죽, 소 한 마리의 노동력과 맞바꾼 음식 생복찜은 있어도 타락전복찜은 없다 우유와 전복, 함께 먹으면 정말 시너지가 날까 1. 타락죽, 소 한 마리의 노동력과 맞바꾼 음식 타락(駝酪)은 우유를 가리키는 옛말로, 몽골어의 우유 관련 어휘에서 왔다고 설명돼요. 조선시대에는 젖소를 따로 기르지 않고 일하는 소가 송아지를 낳았을 때만 잠시 젖을 짤 수 있었기 때문에, 우유는 아무나 구할 수 없는 귀한 재료였어요. 앞서 말씀드린 영조 44년(1768년) 기록 외에도, 이보다 앞선 영조 29년(1753년) 7월의 기록에도 비슷한 취지로 낙죽(酪粥)을 올리지 말라는 명이 확인돼요. 즉 타락죽은 단순한 궁중 별미가 아니라, 소 한 마리의 노동력과 젖 짜는 시기까지 고려해야 했던 음식이었던 거예요.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에도 쌀을 불려 곱게 간 무리에 생우유를 섞어 끓이는 타락법이 전하는데, 여기서도 중심 재료는 쌀과 우유 두 가지고 전복이 함께 등장하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현재 확인되는 기록을 기준으로 하면, 타락죽은 우유와 쌀을 이용한 죽이라는 형태로 남아 있을 뿐, 전복과 결합한 찜 형태의 조리법으로 문헌에 남아 있지는 않아요. 2. 생복찜은 있어도 타락전복찜은 없다 『진찬의궤』 계열의 찬품 기록에서 전복을 다룬 음식을 찾으면 생복찜(生鰒蒸)이나 생복...

음양곽 지어달라던 어르신이 실망하고 돌아간 이유|온신장양과 이카리인 사이

음양곽 지어달라던 어르신이 실망하고 돌아간 이유|온신장양과 이카리인 사이 예전에 진료실에 어르신 한 분이 갑자기 들어오시더니, 발기부전이 심한데 음양곽이 좋다고 들었다며 음양곽으로 약을 지어달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그래서 설명해 드렸어요. 음양곽에 이카리인이라는 성분이 들어있고, 이 성분이 산화질소를 통해 음경해면체 확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는 건 맞지만, 그건 임상시험을 다 통과한 게 아니라 아직 실험 단계의 결과라고요. 그리고 음양곽 단독으로 지어드린다고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같은 확실한 효과를 기대하시긴 어렵다고도 말씀드렸고요. 그 말씀을 듣고 어르신이 많이 실망하며 돌아가셨던 기억이 나요. 그때 느꼈어요. 음양곽이라는 약재에 대한 기대와 실제 근거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요. 오늘은 이 간극을 좀 정확하게 짚어볼게요. 목차 '양기를 일으키는 풀'이라는 이미지는 어디서 왔을까 음양곽주에서 더 눈여겨볼 것은 술보다 '가공의 방향'이다 이카리인과 PDE-5, 어르신께 못 드린 말씀 1. '양기를 일으키는 풀'이라는 이미지는 어디서 왔을까 삼지구엽초라는 이름은 가지가 세 갈래로 나뉘고 잎이 아홉 장처럼 보이는 형태에서 붙었다고 설명돼요. 한약재로 다룰 때는 주로 지상부를 음양곽(淫羊藿)이라 부르고요. 근데 이 약재에는 식물의 생김새보다 훨씬 강한 이미지가 따라다녀요. 이름의 유래부터 정력, 양기, 강장이라는 설명이 반복되거든요. 음양곽의 전통적인 설명에서 중심에 놓이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온신장양(溫腎壯陽)이에요. 전통 의학의 언어로는 신양이 부족한 상태를 따뜻하게 보하고, 허리와 무릎이 약하거나 차게 느껴지는 상태, 양위와 같은 병증 등에 사용해 온 약재로 설명돼요. 여기서 온신장양을 곧바로 '성호르몬을 증가시킨다'거나 '음경 혈류를 늘린다'는 현대 생리학 문장으로 바꾸는 건 적절하지 않아요. 온신장양은 전통 의학의 병리와 치료 체계 안...

뱅쇼와 계강흑임자송화차식|계피가 왕실 다식에도 들어간 이유

뱅쇼와 계강흑임자송화차식|계피가 왕실 다식에도 들어간 이유 예전에 일반인 대상 세미나에서 계피 얘기를 하던 중이었어요. 한 분이 손을 드시더니, 본인이 체질적으로 몸이 차갑고 추위를 많이 타서 프랑스식 음료인 뱅쇼를 5년째 저녁마다 소주잔으로 한 잔씩 마셔왔다고 하셨어요. 그랬더니 몸이 확실히 따뜻해지고 감기도 잘 안 걸린다면서, 왜 그런 건지 물어보셨어요. 뱅쇼는 와인에 계피와 오렌지 등을 넣고 데워 마시는 유럽식 음료예요. 저는 와인이 혈액순환을 돕는 것도 있지만, 여기 들어가는 계피가 한의학에서 몸을 따뜻하게 하는 재료로 오래 쓰여온 것도 같이 작용했을 거라고 설명해 드렸어요. 계피가 우리 전통 음식에 익숙한 재료라는 건 다들 아실 거예요. 수정과에도 들어가고, 옛날 처방에도 흔히 쓰였으니까요. 근데 1902년 궁중 잔치 기록엔 이보다 훨씬 구체적인 이름들이 남아있어요. 같은 잔치에서 나온 두 가지 계피 과자 먼저 '계강흑임자송화차식'이에요. 계피, 생강, 검은깨, 소나무 꽃가루(송화) 네 가지 맛으로 만든 다식인데, 맛마다 500개씩 만들어서 그릇에 높이 쌓아 올렸어요. 잔치 한 번에 이 다식만 2000개 가까이 준비했다는 얘기예요. 같은 해 같은 잔치 기록에 '계백강정'이라는 것도 있어요. 계피강정과 잣강정을 함께 담은 강정인데, 두 가지를 각각 450개씩 만들어서 그릇 높이를 1자 1치로 쌓았어요. 강정은 찹쌀가루를 술과 꿀로 반죽해 쪄낸 뒤 말려서 기름에 튀기고, 겉에 꿀을 발라 고물을 묻혀 완성하는 과자예요. 잣강정은 겉에 잣가루를 묻히고, 계피강정은 그 자리에 곱게 간 계핏가루를 묻힌 거고요. 흥미로운 건, 이 계피강정과 앞서 말한 계피 다식 두 가지 모두 일반 가정에서는 만들지 않고 궁궐에서만 만들었다는 기록이 따로 남아있다는 점이에요. 이 다식과 강정이 오른 잔치는 그냥 평범한 자리가 아니었어요. 1902년 11월, 고종이 51세가 되어 육순을 바라보는 나이(망육순)에 접어든 것과, 즉위...